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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군(强軍)의 길은 '통합'이 아니라 '전문화 후 결합'이다

등록일 2026년07월20일 09시13분

통합론의 함정: 효율은 숫자로, 전투력은 현장에서 나온다

 

조여은 기자 조여은 기자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군 사관학교 통합안의 명분은 명확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시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육··3개 사관학교를 따로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오늘날의 전장은 우주·사이버·전자전까지 아우르는 다영역(multi-domain) 작전이 요구되므로 생도 시절부터 함께 교육받아야 합동성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합동성은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만났을 때 발휘되는 능력이지, 애초에 아무도 전문가가 아닌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능력이 아니다. 진짜 강한 군대는 각 군이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뒤, 합동참모본부라는 통합 지휘 체계를 통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바다 없는 해사, 활주로 없는 공사가 가능한가

해군사관학교의 정체성은 함정 승선 훈련, 함포 사격, 항해술 실습에 있다. 공군사관학교의 정체성은 비행 적성 훈련, 항공기 탑승, 항공생리 교육에 있다. 이는 단순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바다''활주로'라는 물리적 입지 조건과 뗄 수 없이 결합된 현장 교육이다.

 

만약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 한 장소에 모은다면, 이런 현장 밀착형 전문 훈련은 필연적으로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함정을 타본 적 없는 초급 장교, 조종간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조종 후보생이 어떻게 해군과 공군의 '최정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통합이 만들어내는 것은 '합동형 인재'가 아니라 '어느 영역도 깊이 있게 모르는 하향 평준화된 장교'일 위험이 크다.

 

군사 강국들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강의 합동작전 능력을 자랑하는 미군을 보라. 미국은 합동참모본부(Joint Chiefs of Staff)를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합동성을 구현하고 있지만,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해군사관학교(아나폴리스), 공군사관학교(콜로라도스프링스)는 지금도 철저히 분리되어 운영된다. 각 군이 자신의 도메인에서 극한의 전문성을 쌓은 뒤, 이를 상위의 합동 지휘 체계에서 통합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전투력의 본질은 '누가 더 넓고 얕게 아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있게, 실전처럼 훈련받았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합동성은 사관학교 담장을 하나로 합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각 군의 전문가들이 상위 지휘 체계에서 함께 작전을 설계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실제로 현재도 합동군사대학교, 합동참모대학 등 장교 진급 이후 단계에서 합동성 교육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생도 교육 단계의 물리적 통합 여부가 아니라, 장교 경력 전반에 걸쳐 합동 작전 능력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배양하느냐에 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통합 논의가 정작 사관학교 지원율 하락의 본질적 원인을 비껴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사관학교를 기피하는 이유는 조직 구조가 아니라 처우다. 초급 장교의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 여건, 불투명한 진급 체계와 사회적 대우 부족이 우수 인재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 개의 학교를 하나로 합친다고 해서 처우가 개선되거나 지원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통합이라는 '보여주기식 개혁'이 진짜 처방이 필요한 문제를 가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강군을 만드는 길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해체하고 하나의 조직으로 뭉치는 '물리적 통합'이며, 다른 하나는 각 군이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길러내고 이를 합동참모본부라는 상위 체계에서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전문화 후 결합'이다.

 

역사와 사례가 증명하는 것은 후자다. 육군은 육군답게, 해군은 해군답게, 공군은 공군답게 각자의 도메인에서 최정예로 성장한 뒤, 합동 지휘 체계 안에서 하나의 힘으로 뭉치는 것이것이 진짜 강군의 조건이다. 국방부가 진정 군의 전투력 강화를 원한다면, 사관학교의 담장을 허무는 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합동참모본부 중심의 합동 작전 교육 체계를 고도화하고, 동시에 초급 간부의 처우 개선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공군 #해군 #육군 #사관학교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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