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5월 첫 상장 후 8.2조 쏠림… '숏감마' 리밸런싱 구조가 하락장 폭락 증폭
_ 野 "지방선거·코스피 공약 의식한 졸속 도입" 국정조사 요구
_ 靑 김용범 정책실장 "상장폐지는 더 큰 충격… 보완책 마련에 집중" 진화
김용범 정책실장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삶으로 체감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국민과 함께하는 두 번째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더피플매거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뇌관으로 떠올랐다.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며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넘어, 이 상품의 도입 자체가 현 정권의 '코스피 5000' 공약 달성과 지방선거를 겨냥한 인위적인 증시 부양책이었다는 정치적 의혹까지 겹치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에 처음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초고위험 상품이다.
출시 직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상장 후 7거래일 만에 거래대금 약 58조 원이 몰렸고, 이후 두 종목 관련 레버리지 ETF에 유입된 개인 누적 순매수액만 약 8조 2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 쏠림은 곧바로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두 종목에 레버리지 자금까지 집중되면서, 지수는 상승하지만 여타 종목은 철저히 소외되는 양극화가 심화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숏감마(Short Gamma)'로 불리는 기계적 리밸런싱 구조에서 발생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목표 배율(2배)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이 오르면 주식을 더 사고, 내리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실제로 7월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ETF 운용사들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량의 기계적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이는 주가 하락 폭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고, 단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하며 개인투자자들의 계좌를 녹아내리게 했다.
야당은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도입 배경을 두고 '선거용 증시 부양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경제 브랜드인 '코스피 5,000 시대'를 조기 달성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고위험 상품 도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 아니냐"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초기 기본 예탁금을 1,000만 원으로 낮게 설정해 수십조 원의 '빚투'를 방조했으며, 결과적으로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먹잇감만 제공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의혹은 금융당국 수장의 입을 통해 더욱 짙어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상품 승인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당국 내부에서도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졸속으로 승인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판 여론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까지 번지며 악화하자 정부도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 15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삼성·하이닉스 ETF 때문에 많이 당하고 계신 모양"이라며 "보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국은 하루 만에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 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뒤늦은 대책을 내놨다.
다만, 논란의 중심에 선 기존 상품에 대한 '상장폐지'에는 선을 그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이미 상품 규모가 10조 원 이상으로 커진 상황에서 상장폐지는 시장에 대량 매물을 쏟아내 또 다른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은 폐지가 아닌 제도 개선"이라며 "괴리율 최소화, 리밸런싱 충격 완화,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금융당국과 논의 중이며, 향후 신규 상품은 레버리지 배율을 1.5배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입 목적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선을 그었다.
환율 방어와 투자 선택권 확대라는 명분 아래 강행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섣부른 도입으로 결국 개인투자자의 희생과 자본시장 신뢰 훼손이라는 무거운 청구서로 되돌아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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