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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 위의 제 식구’는 없다.

등록일 2026년07월12일 18시09분

전직 경찰청장이 바라본 수사권 개혁의 사각지대와 해법

 

_ 엄격한 예외 조건 하에 검찰의 '제한적 보완수사권' 인정해야 사법 공백 막아

_ 경찰 내부의 철저한 초동수사 매뉴얼 준수와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시급

_ 헌법상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개헌 논의, 이제는 국회가 결단할 때

_ 경찰 내부의 처절한 혁신으로 '전사(Warriors)''수호자(Guardians)'로 거듭나야

 

前 경남·제주 경찰청장 이상률 前 경남·제주 경찰청장 이상률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이른바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를 향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단순히 여야 간의 정쟁을 넘어,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민주당 강경파와 국민 불편 및 수사 공백을 우려하며 실리적 대안을 요구하는 정부·당내 신중파 간의 복잡한 정치적 손익계산과 갈등이 얽혀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현장 업무 과중을 우려하는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조차 "수사 종결 책임이 모두 경찰로 넘어와 감당하기 어렵다"며 폐지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전남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수사 과정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사각지대와 경찰 초동수사 역량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보완수사권 폐지 사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11개의 수사 구멍과 '제 식구 감싸기'의 민낯

 

이번 사건은 경찰관 자녀가 연루된 강력 범죄라는 점에서 시작부터 엄격하고 투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초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모습은 무능과 부실, 그리고 '심정적 동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먼저, 초동 증거 확보의 총체적 부실이다. 범행 차량 뒷문이 열려 있었음에도 철저히 규명하지 않았고, 핵심 결박 도구인 케이블 타이를 현직 경찰 간부인 피의자의 부친이 현장에서 챙겨가도록 방치했다. 심지어 범행 차량이 아버지 명의임에도 초기 조사에서 이를 소홀히 다루었다.

둘째, 피의자 통제 및 격리 실패이다. 담당 수사팀은 피의자와 경찰관 아버지 간의 접견 및 통화 내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증거인멸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을 자초했다.

셋째, 가장 분노스러운 지점은 피해자의 운동화와 스웨터 등 유족들에게는 한 맺힌 유품이자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물품을 유족 동의도 없이 무단 폐기했다는 사실이다.

 

엄격한 매뉴얼에 따른 치밀한 수사 대신 동료 경찰관의 자녀라는 이유로 느슨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는 참혹했다. 결국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의 허점을 발견해냈으며, 관할 광산경찰서장(경무관)이 증거인멸 방조 혐의로 입건되고 서장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강간 등 살인의 결정적 증거들이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피의자가 제출한 반성문 역시 진심 어린 참회가 아닌 변호인의 조언에 따른 전략적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국민적 공분을 더하고 있다.

 

구조적 병폐와 통제 시스템의 부재

 

이러한 부실 수사는 단순히 개별 수사관의 일탈을 넘어, 경찰 수사 현장의 만성적인 구조적 병폐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관 1인당 담당 사건은 평균 134, 격무서의 경우 200건에 육박한다. ‘전건접수제시행 이후 업무량은 폭증했으나, 베테랑들은 불합리한 보상 체계에 실망해 수사 부서를 떠나고 있다. 결국 현장은 수사 경력 평균 8.4년에 불과한 저연차 수사관들이 메우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전문성 부족과 과부하가 이번 사건과 같은 부실 수사로 이어진 것이다.

 

필자가 과거 경남과 제주경찰청장으로서 민생 치안을 책임질 당시에도 현장 수사관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수사지원팀을 일선에 지원하고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한 바 있다. 사기 진작과 인력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준 교훈은 사기 진작만으로는 부족하며, 비대해진 수사 권한에 걸맞은 강력한 내부통제와 재발방지 대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삼중(三重) 통제 장치 구축

 

경찰 수사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먼저, 초동수사 매뉴얼 준수를 사법적으로 강제화하고 인적 격리 의무를 지켜야한다. 내부 직원의 친인척 등 이해관계자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인지 즉시 관할 경찰서가 아닌 상급 기관이나 타 경찰청으로 사건을 무조건 이관하는 지정기피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초동 채증 과정의 전 과정을 바디캠 등으로 의무 기록화하여 증거인멸의 여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다음으로, 수사에 대한 경찰 자체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청문·감찰 기능에서 당사자의 이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만 소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내부 비위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종결 전이라도 청문감사실이 수사 과정을 확인하고 사건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할 수 있도록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야 한다.

 

끝으로, 외부적 통제 기구인 '경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실질화이다.

일반 시민과 법조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여,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의 과정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감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현재 경찰 관련 고충민원 처리를 위한 객관적인 외부통제 장치로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중인 경찰옴부즈만제도를 보다 전문화시켜 경찰수사심의위원회와 소통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동시에 제도적 유연성도 발휘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견지하더라도, 이번 사건처럼 '제 식구 감싸기'나 부실 수사로 사법 정의가 위협받는 엄격한 예외적 조건 하에서는 공소기관(검찰)의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인정함으로써 수사 지연과 사법 공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실리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견제와 균형, 그리고 헌법적 결단

 

나아가 수사기관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 유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어떤 국가기관도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검찰 및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는 경찰이 성역 없이 수사하고, 경찰의 비위는 검찰이 엄정하게 교차 수사하는 등 촘촘한 상호 견제망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수사기관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상대 기관의 범죄 행위를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만 또 다른 특권 기관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게 발견하기 위한 경찰의 독자적 압수수색영장 청구권확보도 시급하다. 현행 헌법 제12조 제3항은 영장청구 주체를 오직 검사로만 한정하고 있어 초동 단계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국회와 사법당국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영장청구권 조정을 위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관 간의 소모적인 권한 싸움이 아니다. 이번 광주 사건을 계기 삼아 과감한 현장 인력 지원,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그리고 사법 공백을 메우는 제도적 보완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아울러 경찰은 국민이 부여한 두 가지의 영광스러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분골쇄신해야 할 것이다. 바로 '전사(Warriors)''수호자(Guardians)'로서의 역할이다. 내부 비위와 범죄세력 앞에서는 눈감아주지 않는 단호한 전사가 되어야 하며, 억울한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 앞에서는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경찰이 처절한 내부 혁신을 통해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이자 정의의 표상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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