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민주당 "4.2억 혈세 매몰·견제 기능 훼손하는 의회주의 파괴" 반발
_ 국민의힘 "상임위 칸막이로 민원 대응 한계… 통합 심사가 전문적이고 현실적"
_ '이상'과 '현실' 정면충돌… 중앙정치 '강대강' 대치 악영향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달성군의회 양은숙·김성화·배한곤·권주연·김명화 의원이 7일 달성군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대구=더피플매거진] 출범과 동시에 축포를 쏘아 올려야 할 제10대 대구 달성군의회가 시작부터 차갑게 얼어붙었다. 2년 전 도입된 ‘상임위원회 체제’의 존폐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면충돌하면서, 의장단 선거마저 야당이 불참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단순한 여야의 밥그릇 싸움을 넘어, ‘지방의회의 전문성 확보’와 ‘지역구 민원 해결’이라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번 사태의 내막을 짚어봤다.
◇ 민주당 "의회민주주의 파괴이자 전문성 후퇴"
현재 달성군의회는 전체 12석 중 국민의힘 7석, 더불어민주당 5석으로 구성돼 있다. 제10대 의회 개원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임위원회 폐지를 추진했다.
이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 전원은 7일 오전 달성군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상임위 폐지는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견제 기능을 훼손하는 의회민주주의 파괴”라고 규정했다. 인구 27만 명, 예산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지자체의 방대한 업무를 12명의 의원이 상임위의 예비 심사 없이 본회의에서 한꺼번에 다루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국민의힘의 ‘정책 일관성 결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달성군의회에 상임위 제도가 도입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24년 제9대 의회 때다. 당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며, 현재 폐지를 주도하는 국민의힘 전홍배 의원과 신동윤 의원이 관련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며 제도 정착을 이끌었다.
민주당 측은 “당시 상임위 설치를 위해 약 4억 2000만 원의 군민 혈세가 투입됐다”며 “스스로 만든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2년 만에 백지화하려 든다면 매몰된 예산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 국민의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민원 해결에 치명적"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년간의 ‘실패한 실험’을 바로잡는 결단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민원 대응의 한계'지만, 그 이면에는 달성군의 기형적인 행정 구조와 소수 의회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제9대 전반기 의장을 역임했던 3선의 김은영 의원(국민의힘)은 상임위 제도가 오히려 전문성을 ‘반토막’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달성군은 인구 25만의 도농복합도시로, 의원 1인당 약 2만 1000명의 군민과 연간 1,5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심의해야 하는 방대한 구조를 가졌다"며 "800억 원 규모의 농업 사업부터 첨단 기업 지원, 100억 이상 대형 사업이 47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840억 원이 투입되는 화원읍 청사 건립 같은 중대한 지역 사업도 상임위가 나뉘어 버리면 해당 지역구 의원 1명만 심의에 참여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모든 의원이 밤을 새워서라도 1조 3000억 원 전체 사업을 공부하고 심의해야 하는데, 상임위 칸막이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장 중심의 민원 해결 방식과도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내 소속 상임위가 아니면 지역구의 주요 사업이나 민원에 대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해 부서에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며 "의원 수가 20명 이상인 대형 의회라면 상임위가 맞겠지만, 고작 12명인 달성군의회에서는 전원이 모여 심사숙고하는 것이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정치에 더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국민의힘 측은 이번 상임위 폐지가 이른바 '기득권 내려놓기'의 일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상임위 체제를 두고 위원장 자리와 업무추진비 등을 늘리기 위한 '의원들의 기득권 챙기기'로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제9대 행정복지위원장을 역임한 전홍배 의원도 상임위원회 운영의 한계를 지적했다. 화원읍과 가창면을 지역구로 둔 전 의원은 “지난 2년간 상임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보니 민원 대응에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다”며 “지역구에서 추진되는 사업과 예산 전반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상임위로 업무가 나뉘다 보니 전체를 꿰뚫어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여의도 '강대강' 대치가 기초의회까지… 실종된 협치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달성군의회 파행이 중앙정치의 극한 대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무산되자, 지난 6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바 있다. 이처럼 중앙정치에서 빚어진 '다수당의 일방 독주'와 '강대강 대치' 프레임이 기초의회에까지 고스란히 옮겨붙으면서, 협치와 타협이라는 지방자치의 본령이 실종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부서 간 정보 공유를 늘리면 된다는 민주당의 ‘이상’과, 촌각을 다투는 지역구 민원 현장에서 상임위의 칸막이는 걸림돌일 뿐이라는 국민의힘의 ‘현실’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어느 쪽의 명분이든, 의회 파행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27만 달성 군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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